Humming - 이성민(미학)
<Humming>은 김민주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반인반어(半人半魚)가
유유히 헤엄치고 고혹적인 자세로 유희하고 있는 이상적 공간을 화폭에 담아 현대인들의 일탈과 유희에 대한 욕망과 상상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했던 두
번의 개인전 <어락도:魚樂圖(2007)>와 <어락원:魚樂園(2009)>에 이어 또 다시 2년 만에 개인전을 개최한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이전 두 번의 전시와는 조금 달라진 모습이다.
배 위에서 나무가 자라나고, 배 안에 또
다른 배가 유유히 떠 있으며, 집 안에 폭포가 흐르고, 폭포가
흐르는 건물 안 공기 중에 물고기들이 부유한다. 작가의 이러한 그림들이 언뜻 보기엔 ‘불가능한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형상들을 불가능한 것의 회화적 재현이라고 한 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미욱하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일상의 세계와 상상의 세계를 불가능한 모습이지만 한 화폭에 어우러지게 배치하면서, ‘현실 공간’ 속으로 ‘이상적 자연’을 가져오고 있다. 이상향으로의
일탈을 꿈꾸며 현실을 부정하기 보다는 현실 위에 발을 딛고 자신만의 낙원을 설계한다. 작가에게 있어
이제 일상의 세계와 상상의 세계의 양분은 우리의 일상적 시각에서의 관습적 구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작가는
구분이 모호해진 경계 지점에서 이상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나지막이 읊조린다.
경계의 교착(交錯)은 외부 환경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그녀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삿갓을 드리워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이러한
삿갓이라는 장치는 얼굴을 가림으로써 개체의 정체성을 무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물들은 또한 성적, 사회적 정체성이 모호한 나체를 드러냄으로써 성별, 신분, 빈부 등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정체성과 문화적, 관습적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본연의 모습을 표출하고자 하는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경계와 구속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지만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아있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울분을 토해내지 않고 현실을
담담히 살아내는 모습을 그린다. ‘Barcarole’의 배들은
어느 한 곳에 닻을 내리고 정박해있지도 않고 어느 한 지점을 향해 있지도 않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의
흐름에 머무를 뿐이다. 이 ‘머무름’은 속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며,
이는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현대사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렇게 부유하고 있는
배는 섬과 같은 존재인 현대인을 대변함과 동시에 그러한 현대인들에게 속도에 떠밀리지 않고 삶을 유희할 수 있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는 그녀의 작업방식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녀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대신, 앞에 놓인 화폭 안에서 나무를
심고, 벽돌을 쌓고, 낚싯대를 묵묵히 드리우며 정성스레 휴식을
상상한다. 고요하지만 치열한 정성으로 취하는 휴식이 일견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탐색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결국 작화 행위는 작가에게 숨을 불어넣는 진정한 현실적 유희인 것이다.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보았던 배와 집과 경치들, 작가의 주 생활공간인 집과 건물들을 현실 공간의 모티프로 삼았다는
작가의 말에서도 이러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현실 공간’에서 담담히 humming하며 유희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도정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하는 작가와의 만남 이후, 관객들도 일상 속에서 humming하며 매 순간들을 채워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