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린 날 A day Caught in the Net - 백필균
그물에 걸린 날
백필균
결국 그물에 걸렸다. 특이한 그물이었다. 종이에서 물고기를 잡는 그물, 그 종이를 씌운 화판이 가장자리 경계선으로 내게 물어온다. 너는 누구냐고.
김민주가 그림으로 물어온 질문은 내 앞에 커다란 구멍을 팠다. 마침 비가 내려 물웅덩이가 생겼다. 나는 그 웅덩이에 그대로 누웠다. 빗줄기가 내 몸을 덮었고, 나는 그저 내 몸 전부가 물 속에 잠기기를 기다렸다. 눈을 감은 내 시선은 웅덩이 안을 망설임 없이 헤엄쳤다.
그리고 숲을 발견했다. 수묵으로 선을 긋고, 물감으로 빛을 적신 그림의 숲이었다. 나는 다시 일어나 한낮의 햇빛과 함께 한밤의 숲으로 향했다. 밝지만 어두웠다. 어둡지만 보였다. 숲은 크고 작은 존재들의 보금자리 혹은 은신처로서 생명을 이어가는 곳이다.나뭇잎 위로 선명한 색은 나와 그 사이가 꾸밈없이 맑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주었다.
어느 순간 눈을 떴을 때, 그림의 질문은 나를 강물로 밀어넣었다. 수면에 일말의 물보라도 생기지 않았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잠겼다. 저 밑바닥까지 의식이 깊숙히 가라앉았다. 그동안 평소 고요하지 않았던 내 주변을 새삼 생각했다. 세상을 채우던 소리가 줄어들었다. 양손에 무언가 닿아 살짝 더듬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촉, 분명 가벼웠다. 그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이어야 했을까.
그림에 어떤 손잡이가 붙어 있다. 그림이 그림이라는 사실. 발 붙인 이 땅에서 저 땅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세워진 울타리. 공기와 물을 나눈 유리벽. 김민주는 상상에서 현실로, 과거에서 현재로, 고전에서 현대로 그 손잡이를 이양했다. 그 손잡이를 잡고 벽과 울타리 너머를 바라본다.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다시금 내가 그 너머로 넘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김민주의 회화에서 그림 같음은 그 손잡이다.
그의 손은 3개의 실을 붙잡는다. 붓, 그물, 아리아드네의 실. 붓은 종이로, 그물은 강으로, 아리아드네의 실은 미궁으로 향한다. 3개의 실은 그곳에 역할이 있다. 사유의 지렛대는 붓으로 종이 앞 가까이서 저 멀리 큰 산을 들어올린다. 그의 획은 무한한 공간으로 가라앉는 그물이 되어 숲을, 바위를, 저 강줄기 마저 포착한다. 산과 숲과 강으로 향한 산책자는 화폭 경계선에 묶어둔 아리아드네의 실을 따라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공기는 상쾌했다. 색 알갱이들이 종이 섬유조직 사이로 스며든다. 물은 바람 타고 떠나지만, 촉촉한 윤기는 그림에 머무른다.산책자는 막연한 망설임에 돌아본다. 그 고요한 여정에 시선이 동행한다. 수행하는 회화는 앞으로 나아간다. 기와와 마루 위 먼지 하나 없도록 그의 붓질은 마음을 닦는다. 이들은 물고기 떼를 그물코 너머로 보듯, 숲을 화폭 너머로 본다. 누군가 나를 응시하며 묻는다. 반대도 마찬가지. 너는 누구냐고.
그물 안은 어디일까. 그림의 숲일까, 그를 바라보는 내 자리일까. 김민주가 그린 나뭇잎은 그 모양이 어느 비늘과 닮았다. 반대도 마찬가지. 종이 위로 자란 나무, 수면 위로 머리 혹은 꼬리 내민 존재, 위 모두는 이어져있다. 하늘 없는 하늘, 평온한 어느날 그물에 걸린 나에게 회화로 인사하는 그였다.
A day Caught in the Net
Paik Philgyun
I was caught in the net. It was a unique one. At net of paper, covering the frame, catches fish. The frame asked me from its edge,&Who are you?&
Minjoo Kim asked me a question through her picture, and it created a giant hole in front of me. It was raining, and a puddle formed. I laid down in that puddle. The rain covered me, and I waited for myself to be submerged in water. My closed eyes were swimming in the puddle unquestioningly.
I found a forest of paint where lines were ink-painted and lights were colored. I woke up again and went to the night forest in the daylight. It was bright but dark. It was dark but visible. The forest is where big and small beings live as a nest or hideout. A clear color over the leaves once again reminded me that it was unaffectedly clear between you and I.
At some point, when I opened my eyes, the question of the painting pushed me into the river. There was no spray of water. I sank like no one knew. My consciousness sank down deeply. I started to think about things around me that weren&t so silent until this moment. The sound that filled the world was lowered. Something reached my hands, and I touched it. Indescribable touch, and it was light. What was that? What should it be?
There is a handle in the painting. The fact that a painting is a painting. The fence stops me from crossing from this stepped land to the other land. A glass wall between air and water. Minjoo Kim transfers that handle from imagination to reality, from past to present, and from classic to modern. Holding the handle, I look somewhere over the wall and fence. What will be there? Once again, I imagine myself crossing over there. In Minjoo&s painting, picturesque is that handle.
Her hands hold three threads: brush, net, and Ariadne&s thread. A brush goes to paper, a net goes to the river, and Ariadne&s thread goes to a labyrinth. The three threads have a role there. The lever of thought picks up a giant mountain far away, right in front of the paper with a brush. Her stroke becomes a net that sinks down to the infinite and captures a forest, rock, and even a river course. A promenader who goes to the mountain, forest, and river returns to the starting point following Ariadne&s thread, tied into the border of the canvas.
The air was refreshing. Grains of colors permeated the fiber of the paper. Although water was left with wind, most gloss still stayed in the painting. A promenader looked back with vague hesitancy. A sight follows that silent journey. A performing painting is just going ahead. Her brushing cleans her mind as there is no dust on the roof tile and floor. As if any being would look at a school of fish over the net, these, too, see the forest over the fram. Someone looked at me and asked. And vice versa. Said who are you?
Where is it on the net? A pictorial forest? My seat looking at her? The leaves that Minjoo draws look like certain scales. Vice versa. The tree grows over the paper and the being that shows a head or tail on the surface of the water—all are connected. Sky without a sky. One calming day, she greets to me when I was stuck in the net. *English translated by Kang Min-hyung